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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백마디의 말보다 책 한 권이,
그럴싸한 조언보다는 영화 한 편이 따스한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어젯밤 늦은 시간에 엄마가 제 넷플릭스 계정으로 영화를 한 편 보셨는데
너무 좋으셨다면서 저에게 추천해주시더라고요.
네, 바로 넷플릭스 최신 영화, '라이프 리스트'입니다.
라이프 리스트 줄거리 요약(큰 스포는 없어요)
라이프 리스트는 제목을 정말 직설적으로 적은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알렉스 로즈가 13살 때 적은 리스트의 있는 것들을 엄마의 부탁 아닌 부탁에 의해 성인이 된 지금에서야 하나씩 이뤄가면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이혼한 가정에서 알렉스의 두 오빠, 알렉스를 키우며 뉴욕에 본인의 집도 있고, 회사도 있는 성공한 CEO의 모습입니다만 그런 모습은 영화에서는 보여주고 있지 않고 영화는 오직 주인공인 알렉스만 비춰주면서 이끌어갑니다.
알렉스는 리스트가 터무니 없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본인이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남자친구, 지내는 공간, 잊고 있었던 것들, 그리고 새로 알아가는 것들을 만끽하면서 1년을 보내게 됩니다.
무조건 리스트에 있는 것들을 지워나갔다면 이 영화는 그렇게 저에게 위로는 안 됐을 것 같아요.
하지만 중간에 무너지면서도, 포기하면서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하면서 이 영화는 제게 엄청난 위로가 되었답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문신도, 자신이 정말 구역질 날 정도로 못하는 운전도 일단은 도전해가는 것을 보면서 '저렇게 넘어져도 되는구나', '저렇게 실패해도 되는구나' 라는 생각에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가 저에게 크게 다가왔어요.
라이프 리스트: 어른이 어른에게 줄 수 있는 조언
구덩이에 빠진 딸이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땅을 파서 구해줄 순 없지만
삽 한자루는 줄 수 있다던 알렉스의 엄마.
사실 저도 요즘엔 계속 뭔가 헤매이는 느낌이 많이 들고 있거든요.
나이는 먹어가는데, 이뤄놓은 것은 하나 없고,
차라리 가족을 이루는데에 시간을 쏟았더라면,
차라리 다른 커리어를 쌓는데 노력을 했더라면,
그 때 그 결정을 안했더라면 하는 과거에 대한 속상함은 한가득이고,
내 주변에 내가 하는데로는 안 흘러가는 느낌이고.
내가 이렇게 살려고 태어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정말 엉망이 느낌이 많이 들어요.
알렉스처럼 주변에 뭔가가 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동거하게 될 남자친구, 엄마의 직장에서의 중요한 포인트를 맡고 있는 등) 사실은 그냥 불안해서 안주하고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엄마가 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해줄 수 없듯이 주인공인 알렉스처럼 혼자 해야하는게 맞는건데
참 힘에 부치더라고요.
저같은 분들도 분명 많이 계실거라고 생각해요.
13살의 라이프 리스트.
13살 아이가 적은 라이프 리스트가 뭐 괜찮은게 있겠어? 하시기 쉬운데,
생각보다 인생의 재미를 막 느끼기에도 좋을 나이라 괜찮은 리스트들이 있더라고요.
리스트는 총 13가지 이고, 제일 마지막 부분에는 "pind true love"라고 적혀 있는데요-
13살의 아이가 적은 거라 트루 러브를 찾는다는 건데, 귀엽더라고요. 글씨체도 넘 귀여웠어요.
- 좋은 선생님 되기
장래희망이었나봐요. 근데 주인공은 이미 선생님이 되었다가 갈등으로 인해 교사직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영화는 시작해요.
- 아빠와 화해하기
이건 영화를 직접 보시고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여러 장치가 있어서 자칫 스포가 될 수 있거든요.
- 피아노 배우기
- 사람들을 돕고 긍정적인 영향 미치기
굉장히 철학적인 면도 있었네요.
-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 나가기
우리나라 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미국에는 꽤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 문신하기
- 보름달이 뜨는 날 캠프
- 운전 배우기
저도 제가 30대가 되면 훌륭한 직장인에 자동차도 몰고 커피 마시며 '훗'하는 사람이 될 줄 알았어요.
-농구선수와 농구하기 :페이크 기술 왼쪽으로 가는 척 하면서 오른쪽으로 가기
- 댄스구역에서 죽도록 흔들기
- 모비딕 정독하기
와... 진짜 어려운데...
- 진정한 사랑 찾기
라이프 리스트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 찾는 질문법
라이프 리스트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질문법은 다음의 4가지에요.
첫번째, "내가 모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인가?"
두번째, "그는 (혹은 그녀는) 나에게 친절한 사람인가?"
세번째, "최고 버전의 내가 되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인가?"
네번째, "아이들의 아빠로 (혹은 엄마로) 상상이 되는 사람인가?"
와, 진짜 현명한 질문법 아닌가요.
저도 이거 한참 보면서 저야말로 알렉스처럼 구덩이에 파묻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정말 현명한 어른이 다음 세대의 어른에게 주는 따듯한 조언이 가득한 영화,
라이프 리스트였어요 :)